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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코스피 시황: 8047 사상 최고치, 외국인 컴백인가 환율 함정인가

2026-05-26

코스피 8000 탈환, 그런데 환율은 1502원

코스피가 2.55% 오른 8047.51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LG이노텍이 23.6% 폭등했고, DB하이텍은 21.8%, HD현대중공업은 9.6% 올랐다. 코스닥도 1172.52(+0.98%)로 따라 붙었다. 숫자만 보면 축포를 터뜨릴 만한 날이다.

그런데 원화는 1502.68원. 지난주 1505~1516원 박스의 하단을 살짝 깬 정도. 외국인이 정말 복귀했다면 환율은 1480원대 어딘가로 빠져 있어야 자연스럽다. 코스피 사상 최고가와 원화 약세가 동거하는 이 그림은, 솔직히 말하면 좀 의심스럽다.

외국인 매수의 성격을 다시 묻는다

지난 22일 글에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외국인 매수 성격이 펀더멘털 컴백인지 환차익 단기 회전인지 결론 이르다. 26일 시가에서 환율-코스닥 동조 여부가 분기점."

오늘이 그 분기점이었다. 결과는 어정쩡하다. 코스닥은 올랐지만 코스피만큼 강하지 않았고(+0.98% 대 +2.55%), 환율은 1500선 밑으로 못 내려왔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코스닥 중소형주를 광범위하게 사 모은다기보다, 코스피 시총 상위 반도체·조선·전기전자에 집중적으로 들어왔다는 신호로 읽힌다.

LG이노텍 +23.6%, DB하이텍 +21.8%, SK하이닉스 +5.7%. 라인업이 노골적이다. 삼성전기가 6개월 6배 올랐다는 '삼전닉스' 내러티브가 ETF 신상품까지 만들어 내고 있는 국면이다. 14만 명이 몰린 레버리지 ETF 출시 기사가 같은 날 나왔다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반도체 호황 vs 종목 쏠림의 위험

산업연구원이 올해 수출 전망을 30% 상향했다. 9000억 달러 목표, 반도체 호황은 적어도 내년 초까지. 펀더멘털 스토리는 단단하다.

문제는 이 호황 베팅이 너무 좁은 골목으로 몰려 있다는 점이다. 시총 상위 반도체와 전기전자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코스닥 평균은 1% 남짓에 그쳤다. 22일에 외국인이 코스닥을 2.5조 순매수했다고 했지만, 오늘 코스닥 상승 폭은 코스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자금이 코스닥에서 다시 코스피로 회귀했거나, 아니면 22일 매수가 단기 회전이었다는 뜻이다.

나는 후자에 좀 더 무게를 둔다. 환율이 안 빠진다는 사실이 가장 큰 근거다.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장기로 보겠다는 신호라면 원화 자체에 매수세가 붙어야 한다.

글로벌 매크로는 잠잠하다

미국 쪽은 조용하다. VIX 16.6, 나스닥은 200일선 위 16.9%, S&P 500은 50일선 위 7%. 위험선호 국면이 유지되고 있고 10년물도 일주일간 거의 안 움직였다. 한국 단독 랠리가 글로벌 매크로 압력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다행이다.

뒤집어 보면, 한국이 또 디커플링되면 받쳐 줄 글로벌 우산이 약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9~20일에 한국만 무너졌던 기억이 아직 가깝다.

내일의 분기점

사상 최고치를 찍은 날에 의심부터 들이대는 게 직업병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5월 15일 장중 8000 터치 후 6.12% 급락의 기억이 너무 신선하다. 그때도 환율과 동반 이탈이 신호였다.

내일(5월 27일 수) 체크포인트는 단순하다. 첫째, 환율이 1495원 아래로 내려오는가. 둘째, 코스닥이 코스피와 비슷한 강도로 따라 붙는가. 셋째, LG이노텍·DB하이텍 같은 오늘의 폭등주가 차익 실현 압박을 어떻게 견디는가.

셋 중 둘 이상이 무너지면 오늘 8047은 다시 5월 15일 8000 터치와 같은 단발 이벤트가 된다. 셋 다 통과하면 그제야 진짜 추세 전환을 인정할 수 있다.

사상 최고가를 찍은 날, 가장 경계해야 할 건 환호가 아니라 검증을 미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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