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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 역대 최고인데 코스피 -8%. 젠슨 황도 못 막은 6월 8일 시황

2026-06-08

지난 금요일 글에서 오늘 시초가를 결정할 변수 세 개를 꼽았다. 환율, 8,000선, 그리고 젠슨 황 협력 발표. 하나씩 확인해보면, 젠슨 황은 왔다. 현대자동차와 로봇·자율주행 협력을 공식화하고, 네이버와는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그런데 코스피는 7,484.41에 마감했다. -8.29%. 8,000선은 뚫렸다.

코스닥은 -9.08%로 911.39. 사상 최고치 8,801을 찍은 지 불과 6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15% 가까이 빠졌다. 이번 주 월요일이 이렇게 열렸다.

코스피 시황: 호재가 쏟아졌는데 시장은 왜 팔았나

오늘 나온 뉴스 목록을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반도체 수출액 역대 최고치 경신. 엔비디아 CEO의 현대차 방문과 로봇·자율주행 협력 공식화. 엔비디아와 네이버의 초대형 AI 팩토리 딜. GIST와 EDA 업계 글로벌 1위 시높시스(Synopsys)가 손잡고 AI 반도체 인재를 키운다는 소식까지. 2주 전이었다면 하나만 나와도 상한가 행진이 벌어졌을 내용들이다.

나는 이걸 '호재를 이긴 수급'이라고 본다. 8,800선 고점에서 포지션을 쌓았던 외국인과 기관 입장에서, 오늘 발표들은 차익 실현의 명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대감이 가격에 선반영됐고, 뉴스가 나오면서 오히려 팔기 좋은 시점이 된 셈이다.

환율은 1,532원. 금요일 글에서 지적한 1,539원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1,530원대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다. 공매도 잔고 20조원이라는 벽도 여전히 그대로다. 기술적 반등이 나올 때마다 이 물량이 출회되는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운송 노동자 집단 휴업도 겹쳤다. 반도체 팹 건설 현장까지 차질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반도체 수출 최고치와 반도체 건설 차질이 같은 날 동시에 등장하는 묘한 상황이 됐다. 시장은 둘 중 후자를 택했다.

코스닥 911, 디커플링이 사라진 날

5월 말부터 코스피 사상 최고치 행진과 코스닥 약세의 디커플링 구도를 계속 짚어왔는데, 오늘은 그 구도가 무너졌다. 코스닥 -9.08%가 코스피 -8.29%를 앞질렀다. 이제는 같이 빠진다.

그 와중에 아이로보틱스가 +29.8% 급등했다. 엔비디아-현대차 로봇 협력 발표가 직접 촉매였을 것이다. 지수가 박살나는 날에도 AI·로봇 테마는 불을 뿜었다. 미래에셋생명도 자사주 소각·부동산 개발 차익·AI 투자 호재가 겹치며 하락장에서 13% 급등으로 신고가를 썼다. 시장 전체가 무너지는 날에도 개별 내러티브가 살아 있는 종목은 따로 있다.

이걸 '줍줍 기회'로 읽는 시각과 '결국 개미만 피해'로 읽는 시각이 오늘 기사에서 나란히 등장했다. 나는 의견이 갈릴 때 방향을 선뜻 말하지 않는 편인데, 솔직히 지금이 딱 그런 국면이다. 컨센서스가 없다는 건 저가 매수 세력이 한곳에 집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일 확인해야 할 것들

7,484에서 반등이 나올 거냐.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내일 몇 가지는 꼭 확인해볼 것들이 있다.

환율이 1,520원대로 내려오는지 여부. 현재 1,530원대 고착화는 외국인 수급 개선의 타이밍을 계속 밀어낸다. 오늘 밤 미국장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현대차·네이버 협력 발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봐야 한다. 이게 내일 한국 AI·반도체 섹터 수급에 직접 영향을 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초과세수 미래 투자 발언이 성장주 수급에 어떻게 소화되는지도 변수다.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고치인 나라의 대표 지수가 보름도 안 돼 15% 빠졌다. 이건 단순한 과매수 해소로 보기에도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수급이든 거시 변수의 재평가든, 뭔가가 실제 펀더멘털 이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바닥이라고 선언하기엔 이르다. 내일 거래량과 환율이 더 많은 걸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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